[정유진의 조향산책] 향과 글이 건넨, 위로

기획·특집 | 정유진  기자 |입력

[정유진의 조향산책] 향과 글이 건넨, 위로
[정유진의 조향산책] 향과 글이 건넨, 위로

향과 글은 닮았습니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마음에 아주 오래 머뭅니다.

이번 수업에서는 다섯 가지 향을 호흡, 그리고 몸의 움직임과 함께 천천히 마주했습니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찰나, 향은 자연스럽게 감각의 틈 사이로 스며들었습니다. 그중 네 번째 향에는 작은 비밀을 숨겨두었습니다. 오직 나에게만 말을 건네는 ‘나만의 시크릿 향’이었지요.

우리는 늘 타인의 말에 둘러싸여 살아갑니다. 괜찮아야 한다고, 버텨야 한다고, 더 잘해내야 한다는 무거운 응원 속에서 정작 스스로에게는 한 마디도 건네지 못한 채 하루를 보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타인을 향한 문장이 아닌, 오롯이 나에게로 돌아오는 문장을 준비했습니다.

아이리스 향과 함께 건넨 말은 “이미 당신 안에 답이 있어요”였습니다. 향을 맡는 순간, 뻣뻣하게 굳어 있던 눈빛이 부드럽게 풀리고 숨은 한 뼘 더 깊어졌습니다. 잠시 후 한 참가자가 나직이 읊조렸습니다. “향과 의미가 함께하니, 요즘 스스로에게 묻던 질문의 답이 비로소 보이는 것 같아요.”

향은 빠르고, 몸은 정직하게 반응합니다. 호흡이 깊어지고 어깨의 긴장이 내려앉으면 비로소 마음이 그 뒤를 따릅니다. 향이 문을 열면, 글은 그 안에 머무를 자리를 만듭니다. 두 감각이 맞닿을 때 사람은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더 가까워집니다.

누군가는 향으로 숨을 고르고, 누군가는 움직임으로 긴장을 덜어내며, 누군가는 문장으로 마음을 누입니다. 그 짧은 순간들 속에서 우리는 아주 고요하게 회복합니다.

사실 향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합니다. 글 또한 인생의 정답을 대신 써주지 않습니다. 다만 스스로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틈’을 만들어줄 뿐입니다. 저는 그 틈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믿습니다. 잠시 멈추어 자신에게 돌아오는 시간, 그 자체가 이미 가장 큰 위로이기 때문입니다.

향과 글, 호흡과 몸이 만나는 자리는 언제나 조용합니다. 그리고 그 정적 속에서 사람은 가장 솔직해집니다.

글 : 정유진 (조향사 안솔) @ansol.scent
- ‘Pilates & Scent’ 웰니스 프로그램 운영
- 향 제품 제작 · 판매
- 페레(PERE) 협업 및 제품 협찬
- 교회 향 프로젝트 협업
- 브랜드·공간 향 개발 & 클래스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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