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정비사업 10곳 중 9곳, 대출규제로 이주비 ‘비상’

종합브리핑 | 이지현  기자 |입력

43곳 중 39곳 조달 차질…주택 3만1000호 공급 지연 우려 서울시 “이주비 대출, 가계대출과 분리해야”

신당9구역 재개발사업 현장 점검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서울시 제공)
신당9구역 재개발사업 현장 점검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서울시 제공)

올해 이주를 앞둔 서울 정비사업 구역 10곳 중 9곳이 정부의 대출 규제로 이주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주택 약 3만1000호의 공급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27일 브리핑을 열고 지난해 7월부터 7개월간 정비사업 현장 43곳을 조사한 결과, 91%에 해당하는 39곳이 정부의 대출 규제 정책으로 이주비 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6·27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과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이후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에도 1주택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 다주택자 LTV 0%, 대출 한도 6억 원 등의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행일 이전 관리처분인가를 마친 3곳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이주비 융자를 승인받은 모아주택 1곳을 제외한 대부분 사업장이 규제 영향권에 들었다.

규제 대상 39곳 가운데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24곳(약 2만6000호), 모아주택 등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은 15곳(약 4000호)이다. 이들 사업장은 이주비가 부족해 시공사 보증을 통한 제2금융권 추가 대출을 검토하고 있으나, 고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자금 조달 여건은 사업 규모와 시공사에 따라 뚜렷한 양극화를 보이고 있다. 강남권 등 대규모 정비사업장은 기본 이주비보다 1∼2%포인트 높은 금리로 추가 자금 조달이 가능하지만, 중·소규모 사업장은 3∼4%포인트 이상 높은 금리를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특히 중견 건설사가 참여하는 모아주택 등 소규모 정비사업은 이주 단계에서 사업 지연 또는 중단 위기에 놓였다. 중랑구 면목동의 한 모아타운 구역은 조합원 다수가 대출 규제 대상에 해당하고, 시공사가 지급 보증을 거부하면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시는 이 같은 상황이 조합원의 금융 부담 증가뿐 아니라 사업 지연과 사업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주비 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는 35곳 가운데 추가 이주비 조달이 가능한 곳은 8곳에 불과했고, 27곳은 조달이 불확실하거나 불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22일 국토교통부와의 실무 협의에서 이주비 대출을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분리해 LTV 70%를 적용하는 등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대출 규제 영향을 받는 40개 정비사업 현장의 피해 현황을 국토부에 전달했다.

최진석 서울시 주택실장은 “이주비 대출은 단순한 가계대출이 아니라 주택 공급을 위한 필수적인 사업 비용”이라며 “정책적 패러다임을 시급히 전환해 예정된 주택 공급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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