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지역에 초고층 건축물이 빠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화재 발생 시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대응 체계에 ‘시민 참여’라는 마지막 고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인천시의회에서 제기됐다.
인천시의회 행정안전위원회 유승분 의원(국민의힘·연수구3)은 27일 열린 제306회 인천시의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초고층 건축물은 더 이상 일부 상징적 시설이 아니라 수많은 시민이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공간”이라며 “화재 대응 체계 역시 이러한 변화에 맞춰 점검되고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현재 인천에는 초고층 건축물 14개 단지, 총 24개 동이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연수구에 집중돼 있으며, 최고 70층에 이르는 건축물도 포함돼 있다. 송도 아메리칸타운 더샵은 70층, 포스코타워 송도는 68층으로 인천을 대표하는 초고층 건물이다.
초고층 화재는 일반 화재와 구조적으로 다르다. 불길이 수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소방 사다리차의 물리적 한계로 고층부 직접 진압이 어렵다. 70층에서 지상까지 대피하는 데만 최소 20분 이상이 소요돼, 진압보다 대피 실패가 먼저 발생할 수 있는 재난 유형으로 꼽힌다.

인천소방본부와 인천시는 그동안 제도와 장비 측면의 대응을 꾸준히 강화해 왔다. 2023년 고층건축물 화재 대응 매뉴얼을 수립하고, 다단계 급수 훈련과 현지적응훈련, 긴급구조종합훈련 등을 통해 현장 대응 역량을 높여왔다. 인천시 역시 사전재난영향평가와 정기 점검을 통해 종합방재실 운영과 피난안전구역 설치 여부를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유 의원은 “제도와 훈련 체계는 일정 수준 구축됐지만, 실제 상황에서 시민이 어떻게 행동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초고층 건축물에 설치된 피난안전구역의 위치와 이동 경로를 정확히 아는 입주민이 많지 않고, 대피 훈련 역시 참여도와 체감도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해외 사례도 언급했다. 2017년 영국 그렌펠 타워 화재와 최근 홍콩 초고층 화재는 공사 단계의 안전 관리 미흡과 주민 대피 인식 부족이 피해를 키운 사례로 분석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인천 역시 향후 초고층 건축물의 보수와 리모델링이 늘어날 가능성이 큰 만큼, 건물 관리 단계부터 시민 인식까지 함께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유 의원은 초고층 화재 대응 체계 보완을 위해 ▲초고층 건축물 위험 요소와 대피 동선을 통합 관리하는 체계 구축 ▲피난안전구역까지 실제 이동해보는 주민 참여형 대피 훈련의 정례화 ▲대피 요령과 피난안전구역 기능에 대한 지속적인 안내와 홍보 필요성을 제시했다.
유 의원은 “아무리 훌륭한 소방 장비와 매뉴얼이 있어도 시민이 대피 경로를 모르고 훈련에 참여하지 않으면 그것은 서류상의 안전에 불과하다”며 “사고 이후의 대응보다 사고 이전의 준비가 생명을 지킨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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