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진의 조향산책] 우리는 왜 향을 꺼내 들게 될까

기획·특집 | 정유진  기자 |입력

보이지 않는 연기에서 나만의 신호가 되기까지

[정유진의 조향산책] 왜 우리는 향을 꺼내 들게 될까
[정유진의 조향산책] 왜 우리는 향을 꺼내 들게 될까

우리는 왜 특별한 순간마다 약속이라도 한 듯 향을 찾게 될까요. 소중한 누군가를 만나기 전, 평소보다 신중한 손길로 향을 입히는 마음.

혹은 길었던 하루를 마치고 조용히 공간에 향을 채우며 그날을 갈무리하는 순간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우리의 이 은밀하고도 다정한 습관은 대체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고대인들은 나무와 수지를 태워 자욱한 연기를 하늘로 피워 올렸습니다. 간절히 비가 내리길 바라거나, 아픈 몸이 낫기를 기도할 때, 혹은 형용할 수 없는 두려움을 덜어내기 위해 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찰나였습니다.

그때의 사람들은 자신의 간절한 마음을 형체 없는 연기에 실어 보냈습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아래에서 위로 끊임없이 피어오르는 연기야말로 인간의 뜻을 하늘에 전할 유일한 통로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당시의 향은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신성한 존재에게 닿으려는 가장 경건한 행위였습니다.

오늘날의 풍경은 사뭇 다릅니다. 우리는 더 이상 제단을 쌓고 불을 피우지 않습니다. 대신 작고 투명한 유리병을 열고, 자욱한 연기 대신 섬세한 향기를 입힙니다. 방식은 완전히 달라졌지만, 변하지 않은 본질이 하나 있습니다.

누군가를 만나기 직전이나 하루의 끝에서 향을 꺼내 드는 그 찰나, 우리는 평소보다 조금 더 신중해지고 의식적인 상태가 된다는 점입니다. 아주 먼 옛날부터 '특별한 순간'에만 허락되었던 그 감각의 기억이 우리 유전자 속에 여전히 남아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향이 단순히 기분을 좋게 만드는 수단을 넘어, '어떤 순간을 시작하기 위한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날, 의미 있는 만남, 혹은 흐트러진 나를 정중히 가다듬고 싶은 때. 우리는 나만의 향을 꺼내 듦으로써 비로소 그 순간 속으로 입장합니다.

오늘 당신이 향을 뿌렸다면, 그건 평소보다 조금 더 특별해지고 싶은 스스로에게 보내는 다정한 신호일 것입니다. 조용히 향이 번지는 지금, 당신만의 소중한 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향을 뿌린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더 특별해지고 싶은 날입니다.

 글 : 정유진 (조향사 안솔) @ansol.scent
- ‘Pilates & Scent’ 웰니스 프로그램 운영
- 향 제품 제작 · 판매
- 페레(PERE) 협업 및 제품 협찬
- 교회 향 프로젝트 협업
- 브랜드·공간 향 개발 & 클래스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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