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업원이라도 희생자” 인천 중구, 인현동 참사 27년 만에 보상 조례 개정한다

종합브리핑 | 이지현  기자 |입력

국민권익위 ‘희생자 명예 회복’ 권고 전격 수용 ‘종업원 배제’ 조항 삭제 추진…아르바이트 중 숨진 이지혜 양 등 구제 길 열려 김정헌 중구청장 “참사 상처 치유하고 명예 회복할 때” 유가족 면담

인현동 화재 참사 관련 중구 입장 촉구 기자회견
인현동 화재 참사 관련 중구 입장 촉구 기자회견

인천 중구가 1999년 발생한 ‘인현동 화재 참사’ 당시 보상 대상에서 제외됐던 희생자의 명예 회복을 위해 관련 조례 개정에 나서기로 했다. 사고 발생 27년 만에 해묵은 상처를 치유하고 희생자 인정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김정헌 중구청장은 11일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오랜 세월 희생자 인정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던 고 이지혜 양의 명예 회복을 위해 중구가 제도적 지원에 나서 줄 것을 권고했다”며 “권익위의 권고를 전격 수용해 피해자의 권리와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인현동 화재 참사는 1999년 10월 30일 인천 중구 인현동의 한 상가 건물 호프집에서 불이 나 학생 52명을 포함해 총 57명이 숨지고 80여 명이 다친 대형 사고다. 당시 호프집은 불법 영업 중이었으며, 희생자 대부분이 인근 학교 학생들이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중구는 참사 이듬해인 2000년 ‘인천시 중구 인현동 화재 사고 관련 보상 조례’를 제정해 사망자와 부상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당시 조례는 사고의 실화자와 가해자, 종업원을 보상 대상에서 원천 배제했다. 이로 인해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숨진 당시 17세 이 양은 희생자가 아닌 ‘종업원’으로 분류되어 보상과 명예 회복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

권익위는 최근 이 사건을 재조명하며 “조례 제정 목적을 고려할 때 이제라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화재 사고로 인한 상처를 치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과 함께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이에 김 구청장은 이날 오전 인현동 화재 참사 유가족협의회 및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만나 조례 개정 방향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고 조속한 추진을 약속했다.

중구는 향후 인천시, 중구의회 등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의해 조례 개정안을 마련하고 법적 근거를 정비할 계획이다. 이번 조례 개정이 이뤄지면 이 양을 비롯해 그간 ‘가해 측 인력’으로 분류되어 소외됐던 희생자들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 구청장은 “더 이상 이러한 참사가 이 땅에서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며 “참사로 인한 상처를 치유하고 희생자들이 온전한 명예를 되찾을 수 있도록 행정적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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