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진의 조향산책] 좋아하는 향과 어울리는 향 사이

기획·특집 | 정유진  기자 |입력

Pinterest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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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종종 묻습니다. “조향사님은 어떤 향수를 쓰세요?”

그럴 때면 저는 잠시 말을 멈춥니다. 내가 좋아하는 향과, 타인이 내게 어울린다고 말하는 향이 사뭇 다르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우드(Oud)와 라브다넘(Labdanum)을 좋아합니다. 인센스가 타오른 뒤 남겨진 고요한 연기, 카다멈이 스치고 간 자리의 건조한 온기, 불을 통과한 나무의 필연적인 냄새. 밤공기처럼 낮게 가라앉는 그 묵직한 잔향들을 사랑합니다.

거창한 이유는 없습니다. 맡는 순간 '그냥' 좋을 뿐입니다. 설명보다 본능적인 반응이 앞서는 향들입니다.

하지만 정작 사람들은 제게 플로럴과 머스크가 어울린다고 말합니다. 깨끗하고 단정한 향, 햇살 아래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투명한 향들 말이죠.

저 역시 부정하지 않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로만 본다면 그 편이 훨씬 조화롭다는 것을요. 향은 개인의 취향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세심한 '연출'이기도 하니까요. 피부 위에서의 확산 속도, 공간에 남겨지는 인상, 타인의 기억 속에 각인되는 결까지 모두 고려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좋아하는 향들을 따로 모아둡니다. 오로지 혼자 있는 날, 나를 설명할 필요가 없는 날, 문득 다른 결의 나를 꺼내 보고 싶은 날에만 조용히 그 향을 입습니다.

그 시간만큼은 '어울림'의 기준을 따지지 않습니다. 타인이 기대하는 이미지와 조금 어긋나더라도 괜찮습니다. 그저 마음이 가는 것을 오롯이 선택할 뿐입니다.

좋아하는 향과 어울리는 향이 다르다는 것.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단 하나의 이미지로만 박제되어 살아가고 있지 않다는 증거일지도 모릅니다.

누구에게나 보여주는 '낮의 향'이 있고, 나만 아는 '밤의 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두 가지 향 모두를 품은 채 오늘을 살아갑니다.

글 : 정유진 (조향사 안솔) @ansol.scent
- ‘Pilates & Scent’ 웰니스 프로그램 운영
- 향 제품 제작 · 판매
- 페레(PERE) 협업 및 제품 협찬
- 교회 향 프로젝트 협업
- 브랜드·공간 향 개발 & 클래스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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