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진의 조향산책] 향수 설명에 적힌 ‘살 냄새’는 대체 무슨 향일까?

기획·특집 | 정유진  기자 |입력

[정유진의 조향산책] 향수 설명에 적힌 ‘살 냄새’는 대체 무슨 향일까?
[정유진의 조향산책] 향수 설명에 적힌 ‘살 냄새’는 대체 무슨 향일까?

향수를 찾다 보면 종종 눈에 띄는 표현이 있습니다. ‘살 냄새 같은 향수’, ‘자연스러운 피부 향’. 그런데 문득 궁금해집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살 냄새는 정확히 어떤 향일까요.

대부분 깨끗한 비누 향이나 포근한 베이비파우더 향, 은은하게 퍼지는 머스크 향을 떠올릴 것입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사람의 피부에서 원래 비누나 파우더 향이 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런 향을 살 냄새라고 느끼게 되는 것일까요.

어쩌면 그 이유는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고 기억하는 냄새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샤워를 마친 뒤 피부에 남아 있는 비누 향, 바디로션을 바르고 난 뒤의 부드러운 향, 깨끗하게 세탁한 옷에서 느껴지는 냄새. 우리는 이런 향을 반복해서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깨끗한 피부나 사람의 체취와 연결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실제 피부에서 나는 냄새가 아니더라도 익숙하고 편안한 향을 맡으면 ‘살 냄새 같다’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조향에서도 이런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향료를 사용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머스크(Musk)입니다. 머스크는 하나의 향료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특유의 머스크 향을 가진 여러 향료를 통틀어 부르는 말입니다. 머스크도 종류에 따라 인상이 상당히 다릅니다.

어떤 것은 비누처럼 깨끗하고 보송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어떤 것은 따뜻하고 포근하거나 사람의 체취를 떠올리게 하기도 합니다. 여기에 꽃 향이나 나무 향, 파우더리한 느낌을 더하면 또 다른 분위기의 향이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똑같이 ‘살 냄새 같은 향수’라고 소개되어도 실제로 맡아 보면 서로 다른 향이 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살 냄새를 만드는 정해진 향료나 배합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살 냄새는 특정한 향의 이름이라기보다, 향을 맡았을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갓 씻고 나온 듯한 비누 향이고, 누군가에게는 피부에 남은 바디로션의 부드러운 향일 수 있습니다. 또 어떤 사람에게는 향수를 뿌리지 않은 듯 자연스럽고 은은한 향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살 냄새 같은 향수를 고를 때는 무엇을 살펴봐야 할까요. 먼저 자신이 생각하는 살 냄새가 어떤 향인지 구체적으로 떠올려 보는 것이 좋습니다. 비누처럼 깨끗한 향인지, 파우더처럼 보송한 향인지, 바디로션처럼 부드러운 향인지, 아니면 묵직하고 따뜻한 동물적인 향인지 말입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피부에 직접 착향해 보기를 권합니다. 향수는 처음 뿌렸을 때와 시간이 지난 뒤의 향이 달라질 수 있고, 피부 상태나 주변 환경에 따라서도 느껴지는 향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결국 ‘살 냄새’라는 표현만으로는 어떤 향수인지 정확히 알기 어렵습니다. 생각해 보면 향이라는 것은 참 주관적입니다. 같은 향을 맡아도 누군가는 깨끗하다고 느끼고, 누군가는 포근하다고 느낍니다. 그 안에 담긴 기억과 경험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누군가 살 냄새 나는 향수를 찾는다고 말한다면, 저는 먼저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어떤 냄새를 살 냄새라고 느끼시나요?”

 글 : 정유진 (조향사 안솔) @ansol.scent
- ‘Pilates & Scent’ 웰니스 프로그램 운영
- 향 제품 제작 · 판매
- 페레(PERE) 협업 및 제품 협찬
- 교회 향 프로젝트 협업
- 브랜드·공간 향 개발 & 클래스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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