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이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데 이어, 9일 친한(친한동훈)계 핵심 인사인 김종혁 전 최고위원을 제명 처리했다. 당의 ‘입’과 ‘전략’을 담당하던 주역들이 잇따라 당적을 박탈당하면서, 당내 비주류를 겨냥한 본격적인 ‘숙청’ 작업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제명 처분은 별도의 의결 없이 보고 사항으로 마무리됐다”며 “이로써 김 전 최고위원은 최종 제명됐다”고 밝혔다.
이번 제명은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징계 절차에 따른 후속 조치다. 윤리위는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해 품위유지 의무 및 성실한 직무수행 의무 위반을 이유로 ‘탈당 권고’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는 당무감사위원회가 권고했던 ‘당원권 정지 2년’보다 한 단계 높은 가중 처벌이었다.
국민의힘 당규상 탈당 권유 징계를 받은 당사자는 통지 후 10일 이내에 탈당 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윤리위의 추가 의결 없이 즉각 제명된다. 김 전 최고위원이 당의 결정에 불복해 탈당계를 제출하지 않자 자동 제명 절차가 밟힌 것이다.
친한계는 즉각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지아 의원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불편한 말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숙청된다면, 그 정치가 지키는 것은 가치가 아니라 권력”이라며 “원칙은 죄가 되고 침묵만이 미덕이 되는 정치가 계속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번 징계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아 법원에 징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대표에 이어 김 전 최고위원까지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여권 내 계파 갈등은 법정 공방으로 번지며 장기화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지도부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인적 청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당내 소장파와 친한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다양성을 압살하는 정당 민주주의의 후퇴”라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어, 선거를 앞둔 당 결집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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