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전산장애 환자안전사고 2년 새 6배 급증…정부 인증 EMR 사후관리는 공백

종합브리핑 | 김은정  기자 |입력

2021년부터 올해 5월까지 전산장애 사고 65건…2023년 4건에서 지난해 23건으로 증가 국립대병원 EMR 교체 후 진료 예약 최대 70% 축소…환자안전사고 보고도 늘어 인증 EMR 오류 신고 창구 없어…허종식 “사후 점검·의무보고 체계 개선해야”

허종식 국회의원
허종식 국회의원

병원 전산시스템 오류와 관련된 환자안전사고 보고가 2년 만에 6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국립대병원은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 교체 과정에서 진료 예약을 최대 70% 줄였지만, 정부가 인증한 EMR 제품의 오류·장애를 별도로 신고받는 체계와 인증 이후 사후 점검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인천 동구미추홀구갑·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이 의료기관평가인증원과 한국보건의료정보원, 보건복지부, 국립대병원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환자안전보고학습시스템에 ‘전산장애’로 보고된 환자안전사고는 2021년부터 올해 5월까지 총 65건이다.

연도별로는 2021년 8건, 2022년 9건, 2023년 4건에서 2024년 15건, 2025년 23건으로 증가했다. 2023년과 비교하면 2년 만에 약 5.8배 늘어난 수치다. 보고된 사고 가운데 34건은 위해가 없었고, 29건은 환자에게 위해가 발생하기 전 발견된 근접오류였다. 나머지 2건은 경증 피해로 이어졌다.

이 통계는 의료기관이 자발적으로 보고한 사례를 집계한 것으로, 실제 발생한 전산장애 관련 환자안전사고 규모는 이보다 클 가능성이 있다.

약물 알레르기 경고 누락부터 응급호출 장애까지

보고 사례에는 전산 오류가 환자 안전에 직접 영향을 미친 경우도 포함됐다. 한 의료기관에서는 페니실린 계열 항생제 알레르기 정보가 등록된 환자에게 구조가 유사한 항생제가 처방됐지만, 전산 오류로 부작용 주의 알림창이 작동하지 않았다. 환자는 퇴원 당일 약을 복용한 뒤 흉통과 호흡곤란을 겪어 응급센터를 다시 찾았다.

다른 병원에서는 과거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 후 보관하던 세포가 보관 기간 만료로 폐기됐다는 정보가 의료진의 전산시스템에 연동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재발 환자가 입원과 전처치까지 마친 뒤 치료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했다.

이 밖에도 소방 방송 설정 오류로 심정지 응급호출(CPR) 방송이 전달되지 않거나, 처방전 출력에 차질이 생기고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에서 영상 전송이 누락되는 사례가 보고됐다.

전산장애는 단순한 업무 지연을 넘어 처방과 검사, 응급 대응 등 진료 과정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의료진이 전산시스템의 경고와 환자정보를 토대로 판단하는 환경에서는 오류가 환자안전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EMR 교체 뒤 진료 예약 축소…사고 보고 증가 사례도

일부 국립대병원에서는 EMR 시스템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진료 운영에 차질이 발생했다.

강원대병원은 2024년 1월 새 시스템을 개통한 뒤 초기 약 1주일간 일부 외래환자의 진료 예약 일정을 조정했다. 전산오류 관련 민원은 개통 전 3개월 1건에서 개통 후 3개월 3건으로 늘었다.

2022년 EMR을 개통한 전남대병원과 화순전남대병원도 외래 예약을 한시적으로 줄였다. 개통 시기 전월과 비교해 외래환자 수는 각각 35.7%, 28.9% 감소했다. 다만 전남대병원은 연초와 개통 시기가 겹쳤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2020년 EMR을 도입한 충북대병원은 개통 직후 6일간 진료 예약을 30~70% 줄였다. 환자안전사고 보고 건수도 개통 전 3개월 4건에서 개통 후 3개월 14건으로 증가했다.

이들 사례는 시스템 전환 과정에서 진료량 조정과 전산오류 대응이 필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병원별 개통 시기와 운영 여건이 다른 만큼, 예약 감소나 사고 보고 증가가 모두 EMR 교체 때문에 발생했다고 단정하려면 추가적인 원인 분석이 필요하다.

인증 이후 오류 관리·사고 집계 체계는 미흡

문제는 정부의 EMR 인증제도에 인증 제품의 오류와 장애를 상시적으로 접수·관리하는 별도 체계가 없다는 점이다.

한국보건의료정보원은 허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EMR 인증제도 안에 인증 제품의 오류·장애 신고를 접수하고 관리하는 별도 체계가 없다고 밝혔다. 인증 이후 점검은 기능 변경 등에 따른 변경심사 중심으로 이뤄졌으며, 2021년 이후 관련 변경심사는 3건에 그쳤다. 인증이 취소된 사례도 없었다.

EMR 인증기준 59개 가운데 약물 알레르기 점검 등 환자안전 관련 기준은 18개다. 그러나 인증 당시 기준을 충족했는지 확인하는 것과 실제 의료현장에서 해당 기능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현장 오류를 신고하고 원인을 분석해 개선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부족하다면 인증제도의 환자안전 기능에도 한계가 생길 수 있다.

사고 보고 체계에도 공백이 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정보시스템 오류’가 중대한 환자안전사고 의무보고 유형에 포함되지 않아 관련 의무보고 건이 없다고 답했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 2021년 이후 발령한 관련 환자안전 주의경보도 3건에 그쳤다.

전산장애가 다른 환자안전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하더라도 별도의 원인 분류와 집계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고 규모와 반복 유형을 파악하기 어렵다. 전산 오류와 환자 피해 사이의 연관성을 체계적으로 확인하고, 재발 방지 대책으로 연결할 수 있는 보고·분석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허종식 의원은 “알레르기 경고창이 작동하지 않아 환자가 응급실을 다시 찾고, 일부 국립대병원은 시스템을 바꾸면서 진료 예약을 최대 70%까지 줄이는 일이 벌어지는데도 정부가 인증한 EMR 시스템에는 오류를 신고할 창구조차 없다”며 “인증 마크만 부여하고 사후 관리는 사실상 손을 놓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허 의원은 인증 EMR 제품의 상시 오류·장애 신고 체계를 구축하고 환자안전 관련 기능을 인증 이후에도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대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전산 오류가 근본 원인인지 확인하고 관련 사고를 집계할 수 있도록 의무보고 체계도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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