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CCTV 영상 80건 해외 불법 사이트 유포…경찰, 재유포 경위 수사

종합브리핑 | 김은정  기자 |입력

산부인과·성형외과·한의원·재활의학과 영상 확인…서울 산부인과만 21건 진료·시술부터 환복 장면까지 노출…허종식 의원 “의료기관 영상보안 전반 점검해야” 지난해 최초 유포자 4명 검거됐지만 재유포 확인…충북경찰청 수사 착수

허종식 국회의원
허종식 국회의원

국내 의료기관에서 촬영된 환자들의 진료·시술 및 환복 영상이 해외 불법 사이트에 유포된 정황이 확인돼 경찰이 재유포 경위와 추가 유포자 수사에 착수했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은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해외 불법 사이트에 유통되고 있는 국내 의료기관 CCTV 영상을 확인해 지난달 29일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허 의원실이 확인한 영상은 산부인과와 성형외과, 한의원, 재활의학과 등 의료기관에서 촬영된 80건이다. 서울의 한 산부인과 관련 영상만 21건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허 의원실의 수사의뢰를 접수한 뒤 사건을 충북경찰청에 배당했다.

문제는 유출 영상에 환자의 민감한 의료 이용 장면이 그대로 담겼다는 점이다. 확인된 영상에는 환자가 대기실과 상담실, 초음파실, 진료실 등을 이동하는 모습뿐 아니라 시술 과정과 환복 장면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영상에서는 주사를 맞거나 병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모습, 성형외과 상담 및 시술, 한의원의 침 치료, 재활의학과 도수치료 장면 등도 확인됐다. 영상에 표시된 녹화 시점은 2022년 2월부터 2025년 11월까지로 알려졌다.

하나의 원본 영상이 환자나 의료기관별로 여러 개의 영상으로 나뉘어 재가공·유포된 정황도 확인됐다. 허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피해자가 100명 이상에 이를 가능성을 제기하며 영상 유출 경위와 의료기관의 관리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경찰이 IP카메라를 해킹해 영상을 빼돌리고 해외 불법 사이트에 판매·유포한 혐의로 피의자 4명을 검거한 사건과도 연결돼 있다.

당시 경찰은 약 12만대의 IP카메라를 해킹해 영상을 탈취한 혐의로 4명을 검거하고, 불법촬영물이 게시된 해외 사이트에 대한 접속 차단과 피해자 보호 조치 등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후 기존 영상이 다른 해외 사이트에 다시 게시된 정황이 확인되면서 경찰은 재유포 경위와 추가 유포자를 추적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에 확인된 영상 상당수가 인터넷과 연결되는 IP카메라를 통해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면서 의료기관의 영상정보 관리 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IP카메라는 인터넷을 통해 영상을 전송할 수 있어 외부 침입에 따른 정보 유출 위험이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다.

허종식 의원은 의료기관 CCTV 보안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경찰 등 관계기관과 함께 영상 유출 경위와 관리 책임을 확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이미 유출된 영상의 삭제와 재유포 차단, 피해자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도 요구했다.

현행 의료법은 마취 등으로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의료기관의 수술실에 CCTV를 설치·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2023년 9월 의료법 개정에 따라 관련 제도가 시행됐다.

다만 이번에 확인된 영상에는 수술실뿐 아니라 진료실과 상담실, 대기실, 병실 등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도 포함돼 있어 의료기관이 운영하는 영상정보 전반에 대한 보안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 의원은 “진료받고 옷을 갈아입는 모습까지 떠도는데 국민이 어떻게 안심하고 병원에 가겠느냐”며 국제공조를 포함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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