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미래대응기금, 국가채무 상환 우선하고 시민 삶에 투자해야”

종합브리핑 | 이효영  기자 |입력

반도체 호황 추가세수 활용 원칙 제시…지방교부세·교육재정 보장 전제 공공의료·돌봄, 취약 노동자 전환 지원, 지역 공동기반 확충에 우선 투자 촉구 기금 법안 숙의·시민 참여·사업 성과 공개 강조…대기업 지원 중복 제한해야

인천 경실련
인천 경실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늘어나는 세수를 활용해 미래대응기금을 조성할 경우, 국가채무 상환을 우선하고 남은 재원은 시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금 규모부터 정하기보다 재정 여건과 세수 변동 가능성을 고려해 배분 원칙을 먼저 세우고, 공공의료·돌봄과 노동전환, 지역 기반 확충을 중심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경실련은 26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반도체 산업의 성장 성과가 일부 기업과 주주에 집중되지 않도록 사회적 환류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민 세금과 공공 연구개발, 교육, 전력·용수 기반 지원 등이 산업 성장에 기여한 만큼 그 성과가 시민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취지다.

기금 조성보다 재원 배분 원칙 먼저…국가채무 상환 우선

경실련은 일시적인 세수 증가를 근거로 항구적인 지출을 늘릴 경우 반도체 호황이 끝난 뒤 미래세대에 재정 부담을 남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법정 몫과 정산분을 보장하는 것을 전제로, 추가세수 가운데 국가채무 상환에 우선 배분할 규모와 기준을 정부가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미래대응기금의 규모와 사용계획은 국가채무 상환 등 우선 배분을 마친 뒤 남는 재원에 맞춰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채무 상환과 기금 투자 효과를 각각 검토하고 판단 근거를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세수 확보 방안과 관련해서는 반도체 분야 특별 세액공제·감면의 영구 폐지와 대규모 법인소득에 대한 상위 과세구간 신설을 제안했다. 산업 성장의 성과를 사회에 환류하기 위한 재원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공공의료·돌봄부터 노동전환까지…시민 체감형 투자 제안

기금의 주요 투자 대상으로는 지역 공공의료와 통합돌봄,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불안 대응, 지역과 중소기업의 공동 기반 확충을 제시했다.

공공의료·돌봄 분야에서는 지역에서 필요한 진료를 받고 돌봄이 필요한 주민이 익숙한 생활공간에서 지원받을 수 있도록 의료·요양·생활지원 간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설 확충뿐 아니라 서비스 제공 인력과 운영체계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과 역시 시설 수나 집행액보다 비용과 대기시간, 이동 거리 등 시민이 겪는 이용상 제약이 얼마나 줄었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노동전환 지원은 하청·협력업체와 중소·영세기업 노동자, 비정규직·플랫폼 노동자,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청년을 우선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직업훈련을 유급 일경험과 채용으로 연결하고, 전직 과정의 생계 불안을 줄일 한시적 소득지원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전환 비용을 노동자에게 전가하지 않도록 고용유지와 노동조건 개선 책임을 분명히 하고, 원청의 성과 공유와 상생 책임을 기금이 대신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역과 중소기업의 역량을 높이기 위한 공동 연구·시험시설, 전문인력 양성, 에너지·생활 기반 투자도 제안했다. 개별 기업을 지원할 때는 고용과 공정거래, 지역 기여 등의 조건을 명확히 하고, 공공 연구개발과 출자에 따른 자산 및 연구성과의 편익이 사회에 남도록 수익권과 이용 조건을 설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방재정 자율성 보장하고 기금 운용·성과 공개해야

경실련은 미래대응기금이 지방재정의 안정성과 자율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방교부세와 교육재정 재원을 줄인 뒤 중앙정부가 정한 사업에 참여하도록 하는 방식은 지역의 정책 결정 권한을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에 배분하는 금액뿐 아니라 지방정부와 교육 주체가 사업을 결정하고 재원을 사용할 실질적인 권한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금과 일반 예산의 역할을 구분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공공 기반 확충과 한시적 전환 지원은 기금으로 추진하되, 지속적으로 필요한 인력과 운영비, 상시 서비스는 안정적인 일반 재원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 시작 단계부터 총사업비와 향후 재정 부담, 운영재원 확보계획을 심사하고, 기존 사업을 기금으로 옮겨 신규 투자처럼 보이게 하거나 재원 소진 후 서비스를 중단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정부가 발의한 미래대응기금 설치·운용 관련 법률안과 국가재정법 개정안 등은 기금의 재원과 용도, 운용 방안에 대한 충분한 숙의를 거쳐 실효성을 확보한 뒤 실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금의 우선순위와 사용 방향을 정하는 과정에 노동자와 지역사회, 시민사회의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하고, 하청·취약 노동자와 돌봄 이용자 등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당사자의 요구를 우선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회는 기금 조성과 배분, 계획 변경을 충실히 심의하고 정부는 사업별 지원 대상과 집행 결과, 사회적 성과를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도 덧붙였다.

경실련은 미래대응기금이 국가채무를 상환하고 남은 재원을 책임 있게 운용해 시민의 삶을 개선하고 미래세대가 감당할 불평등과 불안을 줄이는 제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입장문은 2026년 10월 26일 발표됐으며, 거제·광명·광주·구미·군산·군포·김포·대구·대전·목포·부산·수원·순천·안산·양평·여수·인천·전주·정읍·제주·천안아산·청주·춘천경실련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댓글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