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포구엔 없는 제물포역…역명 변경 두고 ‘행정 혼선’과 ‘역사성’ 충돌

종합브리핑 | 박찬엽  기자 |입력

제물포구 출범 뒤 역명 변경 논의 재점화…행정구역과 역명 불일치 쟁점 변경 비용 약 20억원 추산…재원 마련과 주민 의견 수렴 과제 인근 상권·출퇴근 이용객 이해관계도 고려해야…역사성과 편의성 함께 검토

제물포역
제물포역

제물포구 출범을 계기로 미추홀구에 있는 수도권전철 1호선 제물포역의 역명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행정구역과 역명이 달라 이용객에게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의견과 수십 년간 사용한 이름에 담긴 역사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선다. 변경 비용이 약 20억원으로 추산되는 만큼 재원 마련과 주민 의견 수렴도 쟁점이다.

 제물포역은 미추홀구 숭의동에 있다. 1959년 ‘숭의역’으로 문을 열었으며, 1963년 제물포역으로 이름을 바꾼 뒤 현재까지 같은 역명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 7월 행정체제 개편으로 중구 내륙 지역과 동구를 통합한 제물포구가 출범하면서, 제물포역은 제물포구가 아닌 미추홀구에 있다는 점이 역명 변경 논의의 배경으로 떠올랐다.

 “행정구역과 역명 맞춰야”…“오랜 지명 함부로 바꾸기 어려워”

역명 변경을 주장하는 쪽은 행정구역과 역명이 일치하지 않아 생길 수 있는 혼선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물포구를 찾는 방문객이 제물포역을 제물포구 안에 있는 역으로 오인할 수 있고, 지역 안내와 교통정보에서도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장수진 인천시의원도 제물포역 명칭 문제와 관련해 주민 의견 수렴과 비용 산정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반면 역명 변경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제물포’는 1883년 인천항 개항 당시 일대 포구를 가리키던 이름으로, 인천의 개항과 근대도시 형성의 역사를 담고 있다.

제물포역이 들어선 뒤에는 숭의동과 도화동 일대도 제물포라는 이름으로 불려온 만큼, 현재 행정구역만을 기준으로 역명을 바꾸는 것은 지역의 역사와 생활권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역명 정비 방안으로는 미추홀구에 있는 제물포역을 ‘미추홀역’으로 바꾸고, 제물포구에 있는 동인천역을 ‘제물포역’으로 변경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다만 이는 여러 대안 가운데 하나로, 관계 기관이 결정한 방안은 아니다.

식당 상인 “손님 안내 혼선 줄어들 수도”…사업자 “기존 이름의 인지도도 고려해야”

역명 변경은 인근 상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역명과 행정구역이 일치하면 외부 방문객이 위치를 파악하기 쉬워질 수 있지만, 오랫동안 사용해온 역명과 상호에 익숙한 고객에게는 오히려 혼란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제물포역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역명 변경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외지에서 오는 손님에게 가게 위치를 설명할 때 역 이름이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제물포구와 제물포역이 서로 다른 곳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역명을 정비해 위치 혼선을 줄일 수 있다면 검토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제물포역 인근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B씨는 역명 변경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제물포역이라는 이름은 오랫동안 지역을 알리는 역할을 해왔다. 주변 상점들도 역 이름을 기준으로 위치를 안내하거나 홍보해왔다. 명칭을 바꾸면 간판이나 홍보물, 고객 안내를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 바꾸는 데 드는 비용뿐 아니라 지역 상권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따져봐야 한다.”

출퇴근 이용객 “행정구역보다 이동 편의가 중요”

제물포역을 출퇴근에 이용하는 미추홀구 주민 C씨는 역명 변경 여부보다 이용객의 혼란과 안내체계 개선을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매일 이용하는 입장에서는 역 이름이 익숙해서 바뀌면 처음에는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제물포구를 찾는 사람들이 역 위치를 헷갈리는 일이 실제로 많다면 변경 필요성을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 이름을 바꾸기로 한다면 안내방송과 노선도, 버스 환승 안내 등을 한꺼번에 정비해 이용객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역명 변경을 판단할 때는 행정구역과 명칭의 일치 여부만이 아니라 실제 이용객이 겪는 혼선도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다.

역명 변경 이후 이용객이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 기존 명칭을 유지할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변경 비용 약 20억원…주민 의견 수렴이 분수령

역명 변경은 이름만 바꾸는 작업이 아니다. 역명판과 역사 내부 표지판, 노선도와 안내방송, 교통정보 시스템 등 관련 시설과 정보를 함께 바꿔야 한다. 인천시와 관계 기관이 검토한 자료에서는 변경 비용이 약 2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비용 부담 문제도 남아 있다. 역명 변경을 신청하는 지방자치단체와 재원 마련 방안을 정리해야 하며, 행정체제 개편에 따른 변경인 만큼 인천시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지원 여부와 규모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미추홀구는 내년에 주민 의견을 수렴해 제물포역 역명 변경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구 관계자는 역명 변경에 다양한 주민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며 인천시와 제물포구 등 관계 기관과 논의하고 필요한 행정절차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역명 변경 논의의 핵심은 행정구역과 역명을 일치시킬 필요성이 기존 명칭의 역사성과 지역 주민의 생활상 이해관계보다 큰지 판단하는 데 있다.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는 변경 찬반뿐 아니라 대체 명칭, 비용 분담, 상권 영향, 안내체계 개선 효과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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