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정신병원, 환자 4명 사망 전 국가평가서 두 차례 불합격…재평가도 없었다

종합브리핑 | 김은정  기자 |입력

2019년·2023년 평가서 격리·강박 안전관리 연속 미달…필수항목 모두 ‘하’ 최근 3년간 전국 불합격 기관 126곳…재평가는 2025년 불합격 기관 2곳에 그쳐 사망 4건 모두 병원 자진 보고 없어…허종식 “개선계획·재평가 의무화해야”

허종식 국회의원
허종식 국회의원

올해 상반기 입원환자 4명이 잇따라 숨진 인천 미추홀구의 한 정신의료기관이 사망사고 이전 국가 평가에서도 두 차례 불합격 판정을 받고, 이후 재평가를 통해 개선 여부를 검증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격리·강박 안전관리 미흡이 반복적으로 확인됐지만 불합격 기관의 재평가가 의무가 아닌 데다 사망사고 보고체계에도 공백이 있어 관리·감독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인천 동구미추홀구갑)이 보건복지부와 의료기관평가인증원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당 병원은 2019년 11월 26일 실시된 3주기 정신의료기관 평가와 2023년 9월 5~6일 진행된 4주기 평가에서 모두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격리·강박 필수항목 4개 모두 기준 미달

가장 최근인 2023년 평가에서 병원은 격리·강박과 관련한 필수항목 4개 모두에서 기준 미달을 뜻하는 ‘하’ 판정을 받았다. 평가 항목은 격리의 안전한 시행과 기록, 격리 다학제평가팀 구성·운영, 강박의 안전한 시행과 기록, 강박 다학제평가팀 구성·운영이다.

환자 안전과 관련된 다른 항목에서도 미흡 판정이 이어졌다. 필요시처방 수행, 구두처방 수행, 병동 내 반입 제한 물품 관리, 외출·외박 관리 절차, 손위생 수행 등 필수항목이 ‘하’ 판정을 받았고, 의료인력의 법적 기준 준수 여부를 평가하는 정규항목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무’ 판정을 받았다.

2019년 평가에서도 강박 환자 관찰과 부작용 예방, 강박 관련 기록 등 필수항목 2개와 격리 환자 관찰·기록 항목에서 ‘하’ 판정이 나왔다. 정신과적 응급상황 보고 절차, 구두처방, 화재 예방점검, 위험물질 및 위해도구 관리 등에서도 기준 미달이 확인됐다.

두 차례 불합격 이후 개선 여부를 확인하는 재평가는 이뤄지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해당 병원이 불합격 판정 이후 재평가를 받아 합격 처리된 이력이 없다고 밝혔다.

전국 불합격 기관 126곳…재평가는 사실상 저조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에는 정신의료기관 평가에서 불합격한 기관에 대한 별도의 행정제재 규정이 없다. 재평가 역시 불합격 기관이 희망하는 경우에 실시하는 방식이어서, 평가에서 확인된 문제점이 실제 개선됐는지 의무적으로 검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3년간 불합격 기관과 재평가 실적에서도 이런 한계가 드러났다. 2023년 불합격 기관은 60곳, 2024년 37곳, 2025년 29곳으로 총 126곳이었다. 그러나 올해 9월 말 기준 재평가를 받은 곳은 2025년 불합격 기관 중 2곳뿐이었다. 2023년과 2024년 불합격 기관 가운데 재평가를 받은 곳은 확인되지 않았다.

전문평가 결과가 지방자치단체의 현장점검에 제대로 반영됐는지도 쟁점이다. 미추홀구보건소 자료에 따르면 해당 병원은 2022년부터 2026년 상반기까지 반기별 정기점검을 총 9차례 받았으며, 모두 ‘적발사항 없음’으로 기록됐다.

2023년 9월 국가 평가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뒤 같은 해 12월 실시된 정기점검에서도, 올해 입원환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뒤 5월에 이뤄진 정기점검에서도 적발사항은 없었다. 반면 민원 접수나 사망사건 인지 이후 진행된 수시·합동점검에서는 종사자 수 미충족, 병동 상주 직원 미비, 샤워실 내 위험물 방치 등이 확인됐다.

정기점검과 수시점검의 결과가 엇갈린 만큼, 점검 항목과 방식이 실제 환자 안전 위험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됐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환자 사망 4건 모두 자진 보고 없어…통계 관리도 미흡

사망사건 보고체계에서도 공백이 확인됐다. 해당 병원에서는 올해 1월 10일, 2월 25일, 3월 23일, 6월 25일 등 상반기에 입원환자 사망 4건이 발생했지만 병원의 자진 보고는 없었다.

지자체 제출 자료상 두 번째 사망사건은 3월 20일 언론사 공문과 인천시 문의를 계기로 관계 부서가 인지했다. 나머지 3건은 미추홀구와 인천시 모두 의료기관의 미보고로 인해 사건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기재됐다.

현행 환자안전법상 중대한 환자안전사고 의무보고 대상은 200병상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과 100병상 이상 종합병원으로 제한돼 있다. 해당 병원은 의무보고 대상 규모에 해당하지 않아 사망사건을 보고하지 않더라도 환자안전법상 의무보고 위반으로 처벌하기 어려운 구조다. 올해 자율보고도 이뤄지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 사망 현황이나 격리·강박 시행 중 또는 해제 후 24시간 이내 발생한 사망을 별도로 집계·관리하지 않고 있다. 환자안전보고학습시스템(KOPS)에 2021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보고된 정신의료기관 사망·중증 환자안전사고는 104건이지만, 격리·강박 관련 사고를 별도로 분류하는 체계가 없어 사고 내용에서 관련성이 확인된 보고는 2건에 그쳤다.

격리·강박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별도로 파악하지 않으면 반복되는 위험 요인을 분석하고 예방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 평가 결과와 현장점검, 사망사고 보고를 연계해 위험 신호를 조기에 확인하는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허종식 의원은 “사망사고 이전 국가 평가에서 격리·강박 안전관리의 취약점이 두 차례나 확인됐는데도, 불합격 기관의 재평가를 병원 자율에 맡기는 제도로는 환자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허 의원은 평가가 불합격 통보로 끝나서는 안 된다며 반복 불합격 기관과 격리·강박 필수항목 미달 기관에 개선계획 제출, 현장 확인, 재평가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병상 규모를 이유로 중대한 환자안전사고가 보고체계 밖에 놓이는 사각지대도 해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댓글 작성

この記事は選択された言語では提供されていません。原文を表示していま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