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주 태아 사건’이 발생한 인천의 산부인과 의원이 사건 발생 1년 5개월 전 이미 보건소 현장조사를 받고 의료법 위반으로 고발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보건소가 민원 조사를 통해 의료법 위반 사실을 확인하고 의사를 고발했지만, 행정상 병실·병상과 수술실이 ‘0개’로 신고된 해당 의원에서 실제 입원실과 수술실이 운영되고 있었다는 사실까지는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의료기관 관리·감독 체계의 허점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이 보건복지부와 인천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계양구보건소는 2023년 1월 계양구 A산부인과 의원에 대한 민원 조사 과정에서 의료법 위반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민원은 보호자 동의 없이 임신중절수술을 하고 현금 결제를 요구했다는 내용이었다. 보건소는 관련 의사에 대해 보건복지부에 자격정지 15일 처분을 의뢰하고 계양경찰서에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문제는 현장조사 당시 의료기관의 신고 내용과 실제 시설 운영 현황이 일치했는지를 충분히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해당 의원은 2015년 2월 입원실을 폐쇄했고, 2017년 10월에는 수술실과 회복실 등을 변경 신고했다. 이에 따라 행정상 병실과 병상은 모두 0개였으며 기존 수술실은 처치실, 분만실은 시술실로 변경된 상태였다.
그러나 검찰 수사에서 확인된 실제 운영 상황은 달랐다. 해당 의원은 2022년 8월 19일부터 2024년 7월 11일까지 1인용 입원실 2개와 2~3인용 입원실 1개, 수술실 1개를 운영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주요시설 변경허가를 받지 않은 채 해당 시설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했다.
특히 보건소가 현장조사를 실시한 2023년 1월은 검찰이 실제 입원실과 수술실 운영 기간으로 적시한 시기와 겹친다.
결국 의료법 위반 민원을 계기로 현장까지 확인하고 고발했지만, 신고상 존재하지 않는 시설이 실제 진료에 사용되고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데까지 조사 범위가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술실 운영 과정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해당 의원은 전신마취나 수면마취가 필요한 수술을 시행하면서 수술실 내부에 법정 의무시설인 폐쇄회로(CC)TV를 설치·운영하지 않은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확인됐다.
이후 2024년 6월 25일 해당 의원에서 이른바 ‘36주 태아 사건’이 발생했다. 검찰 공소장에는 원장이 2022년 8월부터 2024년 7월까지 브로커를 통해 527차례 환자를 소개받고 14억6천211만원의 수술비를 받은 혐의도 적시됐다. 해당 기간은 검찰이 무허가 입원실과 수술실 운영 기간으로 본 시기와 상당 부분 겹친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2023년 보건소의 현장조사와 고발이 있었음에도 이후 실제 시설 운영 상태가 바로잡혔는지 확인하는 후속 관리가 충분했는지 여부다.
다만 당시 보건소의 민원 조사와 검찰의 시설 운영 수사는 조사 목적과 범위가 다를 수 있어, 2023년 현장조사에서 시설 불일치를 발견하지 못한 사실만으로 보건당국의 구체적인 책임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허종식 의원은 신고된 의료기관 시설과 실제 진료 현황을 함께 확인할 수 있는 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허 의원은 “병실·병상 0개로 신고한 의료기관이 실제로 입원실과 수술실을 운영하는 불일치를 사전에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관리·감독 체계의 한계가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어 “병상·수술실 신고사항과 실제 마취·입원·진료기록,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연계해 점검하는 체계를 마련하고, 신고·허가사항과 실제 운영이 다른 의료기관에 대한 지자체 합동점검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의원은 보건복지부의 수사 의뢰 이후 2024년 11월 폐업을 신고했으며, 보건복지부는 형사판결이 확정된 뒤 올해 8월 27일과 9월 10일 각각 원장과 집도의의 의사면허를 취소했다.
이번 사례는 의료기관의 신고·허가 정보만 따로 관리하는 것과 실제 진료·입원·수술이 이뤄지는 현장을 함께 확인하는 것 사이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의료기관의 시설 신고자료와 실제 진료자료를 어떻게 연계할지, 위반사항을 적발한 이후 시설 운영 상태가 실제로 개선됐는지를 어떤 방식으로 확인할지에 대한 후속 관리체계가 주요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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