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노위, 부평구 ‘민간위탁 노동자 작업방식’ 사용자성 인정…노란봉투법 후 첫 지자체 사례

종합브리핑 | 이효영  기자 |입력

공공연대노조 재심 신청 인용…인천지노위 초심 결정 뒤집어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노동자 작업방식 관련 교섭 상대 인정 임금·근로시간 등 모든 근로조건의 사용자 인정과는 달라

AI 생성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중앙노동위원회가 부평구가 민간에 위탁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노동자들의 ‘작업방식’과 관련해 부평구를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이른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중앙노동위원회가 지방자치단체의 민간위탁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성을 인정한 첫 사례로 알려졌다.

14일 노동계와 관련 자료에 따르면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 8월 11일 공공연대노동조합이 부평구를 상대로 제기한 ‘교섭요구 사실 공고에 대한 재심’ 사건에서 인천지방노동위원회의 초심 결정을 취소하고 노조 측 신청을 받아들였다.

사건은 부평구가 민간업체에 맡긴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업무에서 비롯됐다. 공공연대노조는 부평구에 교섭을 요구했지만 교섭요구 사실이 공고되지 않자 인천지노위에 시정을 신청했다.

인천지노위는 노조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중노위가 재심에서 판단을 뒤집었다.

중노위는 노조가 제시한 여러 교섭 의제 가운데 ‘작업방식’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 부평구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직접 고용관계가 없더라도 부평구가 위탁업체 노동자들의 작업방식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결정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면 해당 의제에 대해서는 노동조합의 교섭 상대가 될 수 있다는 취지다.

다만 이번 판정이 부평구를 위탁업체 노동자들의 임금이나 근로시간 등 모든 근로조건에 대한 포괄적인 사용자로 인정한 것은 아니다.

개정 노조법은 근로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경우 사용자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용자성은 교섭 의제별로 원청이나 발주기관이 실제로 행사하는 권한을 따져 판단하게 된다.

지자체의 민간위탁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성이 인정된 사례가 부평구가 처음인 것도 아니다. 강원지방노동위원회는 춘천시가 민간위탁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노동자 사건에서 춘천시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바 있다.

당시 강원지노위는 관련 법령과 조례에서 주간근무를 원칙으로 하고 있음에도 춘천시가 과업이행요청서를 통해 작업시간을 야간으로 정한 점에 주목했다. 수집방법과 운행노선 등에 대해서도 대행업체의 재량이 제한됐다고 보고 춘천시가 일부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했다고 판단했다.

반대로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 6월 생활폐기물 처리 노동자들이 충북 옥천군과 보은군을 상대로 제기한 사건에서는 초심과 마찬가지로 재심 신청을 기각했다.

같은 민간위탁 업무라도 지자체가 노동자의 작업방식과 근로조건에 실제로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하는지에 따라 사용자성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고용노동부의 개정 노조법 해석지침 역시 공공부문이라고 해서 사용자성이 일괄적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법령이나 예산으로 정해진 범위를 넘어 운영상 재량을 가지고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경우 사용자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취지다.

이번 판정에 따라 공공연대노조는 작업방식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는 부평구에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게 됐다.

향후 쟁점은 부평구의 다른 민간위탁 사업에도 이번 판단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다. 청소·시설관리·돌봄 등 지자체가 민간에 맡긴 업무에서 과업지시서나 위탁계약 등을 통해 노동자의 업무 수행 방식에 어느 수준까지 관여하고 있는지가 사용자성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판정은 지방정부가 민간위탁 사업을 운영하면서 행사하는 관리·감독 권한과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책임의 경계를 어디에 둘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댓글 작성

この記事は選択された言語では提供されていません。原文を表示していま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