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0억원 들인 영종 ‘크린넷’ 10년 넘게 미가동…주민들 “전면 폐기 검토해야”

종합브리핑 | 이지현  기자 |입력

70.4㎞ 지하관로·집하장 4곳 조성했지만 준공 이후 정상 운영 못 해 주민·시민단체 “사업 전 과정 감사하고 환경성·경제성부터 검증해야” 신축 건축물 설치 의무도 도마…“가동 불확실한 시설 비용 떠넘겨”

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와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크린넷 관련 기자회견
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와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크린넷 관련 기자회견

1,530억원을 투입해 조성한 인천 영종국제도시 생활폐기물 자동집하시설 ‘크린넷’이 준공 이후 10년 넘게 정상 가동되지 못하면서 사업의 존폐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와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는 14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크린넷 사업의 계획·설계·시공부터 시설 관리와 인수인계 과정까지 전반을 감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종 크린넷은 2014년 12월 조성됐다. 총사업비는 1,530억원으로, 70.4㎞에 이르는 지하 관로와 집하장 4곳, 투입구 788개 등이 설치됐다. 주민이 투입구에 생활폐기물을 넣으면 지하 관로를 통해 집하장으로 운송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시설 인수인계와 운영 주체를 둘러싼 관계기관 협의가 길어지면서 준공 이후 정상적인 운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영종지역 생활폐기물은 현재도 기존 문전수거 방식으로 처리되고 있다.

2023년 10월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노후 시설을 보수하고 시운전을 거쳐 당시 중구에 시설을 넘기는 내용의 인수인계 협약이 체결됐다. 이후 크린넷 재가동을 위한 절차가 추진되면서 운영비와 유지관리비, 아파트 단지 내 시설물의 수리비 등을 누가 부담할지를 놓고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주민단체는 특히 이미 노후화된 투입구와 관로의 상태를 문제로 제기했다.

김진국 영종구아파트연합회 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초기 입주 당시 분양대금에 크린넷 비용으로 가구당 200만~300만원을 지출했다”며 “아파트에 있는 시설은 주민들이 돈을 들여 고쳐 사용하라는 데 주민들은 크린넷 사용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신축 건축물에 크린넷 설치를 요구하는 현행 기준도 논란이 됐다.

영종하늘도시는 개발계획과 지구단위계획에 크린넷 설치 기준이 반영돼 있어 건축물 사용승인을 받기 위해 투입구 설치가 요구되고 있다. 주민단체는 크린넷의 정상 가동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건축주에게 설치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박인규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공동대표는 “가동도 안 되는 시설의 설치비를 건축주와 주민들에게 떠넘기고 여전히 불합리한 강제 규정을 유지하고 있다”며 설치 의무 폐지를 요구했다.

주민단체와 시민사회는 크린넷 재가동을 전제로 시설을 넘겨받는 방식에도 제동을 걸었다.

기존 생활폐기물 수거 방식과 크린넷을 놓고 전력 사용량과 유지관리비, 시설 보수·교체 비용, 온실가스 배출량 등을 비교해 환경성·경제성·운영 효율성을 먼저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증 결과에 따라 전면 폐기와 부분 가동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업 추진 과정에 대한 감사 요구도 이어졌다. 단체들은 정책 판단과 시설 관리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확인하고, 중대한 관리 부실 등이 드러날 경우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LH는 기존 인수인계 협약에 따라 사업시행자가 설치한 공용시설을 보수한 뒤 영종구에 인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파트 등 주민이 설치한 시설물의 운영 여부는 향후 운영 주체인 영종구가 판단할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영종구는 주민 의견을 수렴해 크린넷 인수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구는 LH 등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정책협의체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19일에는 크린넷의 향후 운영 방향을 논의하는 주민 토론회도 열린다. 김광훈 인천시의원과 최은주 영종구의원이 주최하며 주민과 관계기관 등이 참여해 크린넷의 운영 여부와 개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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