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진의 조향산책] 향과 인생은 닮아 있습니다.

기획·특집 | 정유진  기자 |입력

[정유진의 조향산책] 향과 인생은 닮아 있습니다
[정유진의 조향산책] 향과 인생은 닮아 있습니다

지금의 나에게 어울리는 향을 고르는 일과, 지금의 내가 선택해가는 삶의 결은 생각보다 많이 닮아 있습니다.

향은 단순한 순간의 기분을 넘어서 지금의 나를 드러내는 선택이기도 하고, 삶 또한 정답을 찾기보다는 지금의 내가 머물고 싶은 방향을 스스로 선택해가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같은 향을 맡아도 누군가에겐 편안함이 되고, 누군가에겐 부담이 되듯, 인생에서의 선택도 누군가에겐 기회가 되고, 누군가에겐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같은 길 위에 서 있어도 각자의 속도와 온도는 모두 다릅니다.

그래서일까요. 우리는 자꾸 정답을 찾으려 합니다.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선택, 검증됐다고 알려진 방향, 틀리지 않을 것 같은 길을 따라가려고 합니다. 하지만 향에는 정답이 없듯, 삶에도 정답은 없습니다.

조향사는 수많은 향 중에서 자신이 믿는 조합을 고르고 비율을 조절합니다.

그 선택이 완벽해서가 아니라, 지금 만들고 싶은 향과 전하고 싶은 감정, 그리고 그 향이 어떤 장면으로 남기를 바라는지, 그 기준에 가장 가까운 선택을 하기 때문입니다.

같은 재료로도 전혀 다른 향이 만들어지듯, 그 차이는 정답이 아니라 각자의 기준에서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조향은 틀리지 않기 위한 작업이 아니라, 무엇을 남기고 싶은지를 알아가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향을 고를 때조차 우리는 완벽한 정답을 찾지 못합니다.

어떤 날에는 좋았던 향이 다른 날에는 낯설게 느껴지고, 예전에는 어울리지 않던 향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스며들기도 합니다. 그렇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오히려 더 어렵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정답을 찾기보다 지금의 나를 알아차리는 쪽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머물 수 있는 최선의 선택, 그걸 고르는 것. 향이 피부 위에서 천천히 퍼지듯, 인생도 그렇게 서서히 스며들며 완성됩니다.

조금 돌아가도 괜찮고, 잠시 멈춰도 괜찮습니다. 그 시간까지도 결국 나를 이루는 일부가 되니까요.

오늘의 선택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완벽해서 고르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나에게 가장 솔직한 방향을 선택해가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나를 만들어갑니다. 오늘의 선택이 지금의 나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 선택을 조금 더 믿어도 괜찮습니다. 그 시간 또한 결국 나를 이루는 일부가 되니까요.

 글 : 정유진 (조향사 안솔) @ansol.scent
- ‘Pilates & Scent’ 웰니스 프로그램 운영
- 향 제품 제작 · 판매
- 페레(PERE) 협업 및 제품 협찬
- 교회 향 프로젝트 협업
- 브랜드·공간 향 개발 & 클래스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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