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연의 자치와 인천] 외로움도 도시가 돌봐야 할 삶의 문제다… 문화예술에서 회복의 길을 찾자

기획·특집 | 김미연  기자 |입력

인천시 외로움 대응 정책, 위험군 발굴을 넘어 사회적 관계 회복으로 나아가야 문화예술교육은 고립된 개인과 지역사회를 잇는 또 하나의 돌봄 박찬대 시정부의 전담 조직 유지, 정책 연속성 측면에서 의미

인천 서구의회, ‘사회적 고립인구 치유를 위한 문화예술교육 정책포럼’
인천 서구의회, ‘사회적 고립인구 치유를 위한 문화예술교육 정책포럼’

우리는 흔히 외로움을 개인의 감정으로 생각한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거나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것을 개인의 성격이나 선택으로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오늘날 외로움은 개인의 문제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1인 가구 증가와 가족·이웃 간 관계 약화, 청년층의 취업난과 관계 단절 등이 맞물리면서 누구나 사회적 고립에 놓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문제는 혼자 사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고, 주변에서도 그 상황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데 있다. 외로움과 고립을 개인에게 맡겨둘 것이 아니라 도시가 함께 책임져야 하는 이유다.

인천시가 올해 1월 외로움돌봄국을 출범시킨 것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그동안 노인복지와 청년정책, 정신건강, 1인 가구 지원 등 여러 분야에 분산됐던 관련 정책을 전담 조직 중심으로 통합하려는 시도였다. 이후 조직 개편을 거쳐 현재는 통합돌봄국 외로움대응과가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시정이 바뀐 뒤에도 전담 조직의 정책 기능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외로움돌봄국은 전임 유정복 시장 재임 시절 추진된 조직 개편의 결과다. 그러나 박찬대 시장이 시정을 맡은 이후에도 해당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행정의 연속성은 지방정부가 갖춰야 할 중요한 책임이다. 전임 시정부가 시작한 정책이라도 시민에게 필요하다면 계승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은 특정 시장의 임기에 맞춰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조직을 만들고 예산을 투입하는 것만으로 외로움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인천시는 올해 약 9600명의 고립 위험 여부를 조사하고 약 7000명에게 관련 서비스를 지원했다. 인공지능 안부 확인과 상담, 연령대별 맞춤형 지원 등 대응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위기 상황을 조기에 발견하고 필요한 복지서비스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다.

그러나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위험군을 찾아내고 상담과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서 정책이 끝나서는 안 된다. 지원받은 사람이 다시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지역사회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도록 도와야 한다. 외로움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고립된 사람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사회와 연결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문화예술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문화예술인으로 활동했고, 서구의회 의원으로 재직할 당시에도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사회적 고립 문제의 해법을 고민했다. 서구 문화예술교육 정책 연구회 대표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사회적 고립인구 치유를 위한 문화예술교육 정책포럼'을 개최한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당시 포럼에서는 문화예술교육을 단순한 취미나 여가활동이 아닌 치유와 관계 회복의 수단으로 바라봤다. 미술과 음악, 공예 등 다양한 예술활동은 참여자에게 자신을 표현할 기회를 제공하고, 다른 사람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도록 돕는다. 함께 작품을 만들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 자체가 관계 회복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서해구의 녹청자도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지역의 문화유산을 활용한 체험형 교육은 주민에게 지역에 대한 소속감을 심어주고 세대와 계층을 넘어 함께 어울리는 계기를 마련한다. 나아가 지역상품과 문화관광으로 확장한다면 개인의 정서적 회복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가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문화예술이 모든 고립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열쇠는 아니다. 전문 상담과 의료·복지 지원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적절한 개입이 우선돼야 한다. 다만 복지서비스가 위기를 막는 안전망이라면 문화예술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을 회복하는 또 하나의 통로가 될 수 있다.

정책의 사각지대도 살펴야 한다. 현재 인천의 고립·은둔 지원은 청년과 중장년, 노년층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아동·청소년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고립은 성인이 된 이후 갑자기 시작되는 현상이 아니다. 학교생활과 또래 관계에서 겪는 어려움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사회적 관계 단절로 발전할 수 있다. 학교와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문화예술교육기관이 협력해 아이들이 일찍부터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앞으로 인천시는 외로움 대응 정책에 문화예술교육을 적극적으로 접목했으면 한다. 노인복지관과 청년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가족센터, 문화재단과 지역 예술단체가 협력해 대상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일회성 행사보다 지속적으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교육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외로움은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한 사람의 삶을 무너뜨릴 수 있는 문제다. 그 회복은 지원 건수나 사업 실적만으로 확인할 수 없다.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고, 동네에서 인사를 나누며, 자신이 만든 작품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게 되는 작은 변화에서 시작된다.

도시는 도로와 건물을 짓는 공간을 넘어 사람들이 만나고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공동체여야 한다. 인천의 외로움 대응 정책이 복지를 넘어 문화와 예술, 교육과 지역공동체를 아우르는 정책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외로운 사람을 찾아내는 도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시 사람들 속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도시.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야 할 따뜻한 인천의 모습이다.

김미연 전 인천 서구의원
김미연 전 인천 서구의원

글 : 김미연 전 인천 서구의원
- 제8,9대 인천 서구의원
- 인천충북도민회 사무국장
- 전 청라소각장 주민지원협의체 위원
- 전 인천 서구의회 폐기물 현안 해결과 서구주권확보 특별위원장
- 전 문화예술교육 정책연구회, 문화도시 연구단체 대표의원
- 전 복지도시 서구 정책포럼 대표의원, 사회복지사, 평생교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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