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립무용단 정기공연 ‘먼 눈’…심봉사의 욕망과 책임을 춤으로 조명

문화브리핑 | 윤녕주  기자 |입력

11월 13~14일 인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서 공연 ‘심청전’ 심봉사 시선으로 재해석…사랑과 욕망 사이의 선택 그려 춤·라이브 연주·회전무대·영상 결합해 내면과 죄책감 시각화

인천시립무용단 정기공연 ‘먼 눈’
인천시립무용단 정기공연 ‘먼 눈’

고전소설 ‘심청전’을 아버지 심봉사의 시선으로 다시 풀어낸 창작무용극이 인천 관객을 만난다. 효녀 심청의 희생을 중심으로 전개되던 익숙한 이야기를 넘어, 딸을 향한 사랑과 자신의 결핍을 채우려는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인간의 선택과 책임을 무대 위에 펼친다.

인천시립무용단은 예술감독 백현순의 정기공연 ‘먼 눈’을 오는 11월 13일과 14일 인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선보인다.

심청의 희생 뒤에 남은 아버지의 선택

작품은 심봉사를 단순히 눈먼 아버지가 아닌, 딸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보고 싶어 하는 평범한 아버지이자 욕망에 흔들리는 인간으로 그린다. ‘공양미 삼백 석’에 얽힌 소문이 눈을 뜰 기회처럼 다가오면서 심봉사는 딸을 향한 사랑과 자신의 소망 사이에서 선택을 마주한다. 그 선택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죄책감으로 돌아온다.

‘먼 눈’이라는 제목에는 시력을 잃은 상태와 먼 곳만 바라보다 가까운 것을 놓치는 시선이라는 의미가 겹쳐 있다. 작품에서 빛은 삶과 존엄을 되찾으려는 희망이면서, 동시에 딸의 희생을 전제로 한 유혹이기도 하다. 멀리 있는 빛을 좇는 동안 정작 가장 가까운 존재인 딸을 보지 못하는 심봉사의 모습은 욕망과 허상에 사로잡힌 오늘의 인간을 돌아보게 한다.

빛과 어둠, 눈과 손으로 그리는 내면

무대는 ‘빛과 어둠’, ‘눈과 손’ 같은 시각적 모티프를 통해 심봉사가 세상을 감각하는 방식과 내면의 변화를 표현한다. 어둠 속 소리와 움직임으로 시작해 딸의 얼굴을 손끝으로 기억하는 장면, 소문이 욕망으로 바뀌는 순간, 선택 이후의 광기와 죄책감으로 이어진다. 현실과 꿈의 경계를 오가는 심리적 재회와 눈을 뜬 뒤에도 이루어지지 않는 상봉은 빛과 꿈의 의미를 되묻는다.

무용·음악·영상이 함께 만드는 무대

안무는 백현순 예술감독이 맡았다. 대본 유임하, 작곡 김백찬, 조명 김철희, 영상디자인 황정남, 의상디자인 민천홍, 분장디자인 소인경, 무대감독 서승진 등이 창작진으로 참여한다. 춤에 라이브 연주와 회전무대, 영상, 조명을 결합해 이야기의 흐름과 인물의 심리를 시각적으로 구현할 예정이다.

박성식 상임부안무자는 조안무와 함께 심봉사 역으로 출연해 고뇌와 양면성을 지닌 인물을 표현한다. 심청 역은 홍수연이 맡으며, 유나외는 제사장으로 무대에 오른다. 상인들의 수장 전수진과 유혹 역의 박진아도 출연해 작품의 장면을 구성한다.

‘먼 눈’은 딸을 잃은 뒤에야 자신의 선택을 마주하는 심봉사의 모습을 통해, 무엇을 바라보고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질문한다. 인천시립무용단은 고전의 서사를 춤과 무대 언어로 새롭게 풀어내 관객에게 인간의 욕망과 선택, 그에 따르는 책임을 생각할 기회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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