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물포구의 문화생태계를 지속가능하게 만들려면 문화시설 확충보다 콘텐츠를 기획하고 지역 자원을 연결할 전문인력과 운영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옛 중구는 문화행사 참여율이 높지만 지역문화지수가 하락했고, 옛 동구는 문화향유 기반과 사업을 연결할 매개 기능이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인천연구원은 2026년 기획연구과제로 수행한 ‘지속가능한 원도심 문화생태계 구축 방안’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는 중구와 동구가 통합해 출범한 제물포구를 대상으로 지역의 문화공간과 자원, 활동 주체를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문화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제물포구가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로 도시 활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대규모 택지개발이 이뤄진 신도심과 문화 격차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행정구역 통합을 계기로 두 지역의 역사와 문화 정체성을 연결하고, 통합 이후에도 문화사업과 인력이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새로운 문화 거버넌스와 실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역별 문화지표에서도 서로 다른 과제가 확인됐다. 옛 중구는 문화행사 참여율이 인천 10개 군·구 가운데 가장 높은 69.1%로 나타났고 문화정책·활동 지표도 양호했다. 그러나 지역문화지수는 2017년 전국 상위권 수준인 0.506에서 2023년 -0.104로 하락했다. 문화정책과 활동의 성과가 지역 문화자원의 활용과 시민의 문화향유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적 간극이 있다는 분석이다.
옛 동구는 지역문화지수가 -0.2점대에서 장기간 정체됐으며 문화향유 지표도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문화재단이 없어 문화시설을 콘텐츠 기획과 지역 내 문화활동으로 연결할 매개 기관이 부족하다는 점도 과제로 제시됐다.
행정통합 과정에서 옛 동구의 기존 문화사업과 인력 이양이 지연될 경우 지역 간 문화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통합에 따른 조직 개편뿐 아니라 기존 사업의 연속성과 인력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연구진이 제시한 핵심 방향은 문화시설이나 콘텐츠의 양을 늘리는 데서 벗어나 창작·매개·향유를 연결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특히 창작과 향유를 잇는 기획·매개 기능이 가장 취약한 만큼 정책의 중심을 시설과 공간에서 사람, 콘텐츠, 네트워크로 옮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문화공간을 조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공간을 운영할 인력과 프로그램을 육성하며, 문화예술인과 주민, 기관을 연결해 지속적인 활동이 가능한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역의 문화자원이 실제 시민의 문화활동으로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지역 주체가 역량과 운영 기반을 축적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연구는 ‘사람과 문화로 잇는, 머물고 싶은 원도심’을 비전으로 설정하고 ‘연결·자생·향유’를 3대 목표로 제시했다. 이에 맞춰 3대 추진전략과 9개 추진과제를 도출했다. 다만 발표 자료에는 개별 추진과제의 구체적인 명칭과 세부 실행 방식까지 제시되지는 않았다.
최영화 인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제물포구 출범은 단순한 행정 통합을 넘어, 오랫동안 단절되어 온 중구와 동구의 역사·문화 정체성을 연결하고 자생적 문화생태계를 만들어갈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간과 시설 중심의 공급 방식에서 벗어나 사람을 키우고 매개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길 때, 제물포구가 ‘문화로 머물고 싶은 원도심’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제물포구의 문화정책이 시설 공급이나 행사 개최 실적에 머물지 않고, 문화기획 인력과 지역 네트워크, 지속적인 운영 기반을 함께 구축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향후에는 통합 이전 사업과 인력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취약한 매개 기능을 보완할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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