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인천시장, 민선9기 전략 ‘리레이팅’ 제시…미래산업·G20·접경지역 묶는다

종합브리핑 | 이효영  기자 |입력

AI·바이오·콘텐츠·에너지 ‘ABC+E’ 육성…공항·항만 기반 산업 전환 추진 2028년 G20 정상회의 유치 공식화…서해안권 지자체와 분산 개최 구상 영종~강화~고성 잇는 동서평화물류고속도로 추진…강화 남·북단 개발과 연계

박찬대 인천시장
박찬대 인천시장

박찬대 인천시장이 민선 9기 출범 100일을 맞아 인천의 산업·국제도시 기능과 접경지역 발전을 하나의 전략으로 묶은 ‘인천 리레이팅(Re-rating)’을 제시했다.

주식시장에서 기업의 가치가 다시 평가받는다는 의미의 ‘리레이팅’을 도시 전략에 적용해, 인천이 가진 공항·항만·바이오산업 등의 기반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연결하고 수도권 규제와 접경지역이라는 제약을 국가 정책과 연계해 풀겠다는 구상이다.

박 시장은 7일 인천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민선 9기 출범 100일 언론과의 대화’에서 ‘제값 찾는 인천’, ‘함께 크는 대한민국’, ‘살맛 나는 시민’을 리레이팅의 세 방향으로 제시했다. 기조연설에 이어 김성중 행정부시장, 남영희 균형발전정무부시장과 함께 70여 명의 언론인과 시정 현안을 놓고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산업은 AI·바이오 중심으로 재편

첫 번째 축은 미래산업이다.

인천시는 공항과 항만, 산업단지를 기존 물류·제조 기반에 머물게 하지 않고 인공지능(AI), 바이오, 콘텐츠, 에너지를 결합한 ‘ABC+E’ 산업 전략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AI 분야에서는 지난달 출범한 ‘인천물류AX 얼라이언스’를 중심으로 인천공항과 인천항, 배후 물류단지에 AI 기술을 적용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송도 글로벌 AI 허브 유치와 관련 인프라 조성도 병행한다.

바이오는 생산시설 중심의 산업구조에 연구와 창업 기능을 더하는 방향이다. 최근 착공한 K-바이오 랩허브와 인천바이오과학기술원 조성을 통해 송도의 바이오 생태계를 연구·창업 단계까지 넓히겠다는 것이 시의 구상이다.

이 전략의 특징은 새로운 산업단지를 만드는 데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는 데 있다. 공항·항만 물류를 AI 실증 현장으로 활용하고, 기존 바이오 생산기반을 연구와 창업으로 확장하는 방식으로 기존 산업과 미래산업의 접점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G20 유치…인천 단독 개최보다 서해안권 연계

두 번째 축은 국제도시 기능과 균형발전이다.

박 시장은 2028년 G20 정상회의 인천 유치를 공식화했다. 인천국제공항과 송도컨벤시아 등 국제회의 기반시설과 바이오·AI·반도체·에너지 등 주요 산업을 유치 경쟁력으로 제시했다. 아시안게임과 ADB 연차총회, APEC 관련 회의 등 대형 국제행사를 개최한 경험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인천시는 G20 정상회의뿐 아니라 1년 동안 이어지는 장관급·실무회의까지 서해안권 지방정부와 나눠 개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인천에서 모든 행사를 소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주변 지역과 산업·문화 자원을 공유해 국제행사의 효과를 서해안권 전체로 확산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G20 유치는 인천시가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업은 아니다. 향후 유치 경쟁과 국가 차원의 결정 과정이 남아 있는 만큼 현재는 유치 전략을 공식화하고 준비에 들어가는 단계다.

영종에서 강화·고성까지…접경지역을 물류축으로

세 번째 축은 접경지역이다.

인천시는 영종에서 신도와 강화를 거쳐 경기 북부와 강원 고성까지 연결하는 ‘한반도 동서평화물류고속도로’를 추진한다. 영종을 출발점으로 서해와 동해를 연결하는 물류·교통축을 구축하고 접경지역의 산업과 관광 기능을 함께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첫 단계로는 지난 7월 개통한 영종~신도 3.2㎞ 신도평화대교를 기반으로 신도와 강화를 잇는 구간을 추진한다. 이후 경기·강원과 협력해 국가 고속도로 건설계획 반영을 추진할 계획이다.

강화 개발도 이 교통축과 연결한다.

인천시는 강화 남단에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추진하면서 바이오와 피지컬 AI, 웰니스 산업을 유치하고, 북단에는 평화경제특구 지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결국 인천시가 제시한 접경지역 전략은 교통망 하나를 확충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영종의 공항 기능을 강화와 경기 북부, 강원까지 연결해 접경지역을 물류와 산업, 관광이 결합된 공간으로 바꾸겠다는 장기 구상이다.

다만 이 역시 국가계획 반영과 특구 지정, 관계 지방정부와의 협력이 필요한 사업이다. 민선 9기에서는 구상을 실제 국가사업과 투자로 연결할 수 있는지가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는 시민 생활

박 시장은 대형 프로젝트의 결과가 시민 생활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인천시는 민선 9기 출범 이후 반도체·드론·로봇 등 미래산업 발굴과 함께 공공 주도 해상풍력 집적화단지 발전사업 허가를 신청했다. 남동산단은 국비 327억원을 포함해 4년간 587억원이 투입되는 문화선도산단으로 선정됐고, 내항 1·8부두 재개발은 실시계획 승인을 받았다. 노후계획도시 정비 선도지구에는 1만6천여 가구가 선정됐다.

돌봄과 복지 분야에서는 인천 최초의 시립 치매전담형 요양원이 연말 개관을 앞두고 있고, 야간·휴일 소아 진료를 위한 달빛어린이병원도 추가 지정했다. 신청서나 소득증명 없이 생필품 등을 지원하는 ‘그냥드림’ 사업은 전 군·구로 확대했다.

재정도 민선 9기 초반의 주요 과제로 다뤄졌다. 인천시는 취임 직후 재정예산개혁TF를 구성해 재정 전반을 점검하고 현금성 사업 등을 재설계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내년도 정부예산안에는 인천시 국비 7조863억원이 반영돼 처음으로 7조원을 넘어섰다고 시는 설명했다.

이는 박 시장이 취임사에서 제시한 ‘지속 가능한 시정’과도 연결된다. 박 시장은 취임 당시 AI·바이오·문화·에너지를 묶은 ABC+E 전략을 민선 9기의 핵심 산업전략으로 제시한 바 있다.

박 시장은 이날 “리레이팅은 누군가 값을 올려주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인천 스스로 가치를 증명해 내는 일”이라며 “시민들이 ‘인천에 살아서 살맛 난다’고 말할 때 비로소 인천의 값이 제대로 매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선 9기 출범 100일은 새로운 사업의 성과를 평가하기보다 앞으로 4년의 시정 방향을 구체화한 시점에 가깝다. G20 유치와 동서평화물류고속도로처럼 중앙정부의 결정과 다른 지역과의 협력이 필요한 사업부터 AI·바이오처럼 기업 투자와 연구 역량이 필요한 분야까지 과제가 넓게 제시됐다.

결국 ‘인천 리레이팅’의 성패는 구호 자체보다 이 사업들을 국가계획과 재원, 민간 투자로 얼마나 구체화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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