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허가 뒤에도 막을 수 있나…전국 분쟁 사례의 다른 결론

종합브리핑 | 김은정  기자 |입력

용인 언남동은 최초 건축허가 불허 유지…공세동·안양 호계동은 사업자 철회 고양·김포는 착공신고 반려했다가 행정심판에서 제동 허가 취소·철회는 위법 여부와 법정 사유, 공익·사업자 불이익이 판단 기준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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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도화동과 북항 데이터센터 건립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면서 이미 발급된 건축허가를 취소하거나 공사를 중단할 수 있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전국에서는 주민 반대 속에 사업자가 계획을 접거나 지자체의 건축허가 불허가 법원에서 인정된 사례가 있다. 반면 건축허가 이후 착공신고를 반려했다가 행정심판에서 처분이 취소된 경우도 있다.

결과를 가른 것은 사업의 진행 단계와 행정처분의 근거였다. 사업자가 스스로 계획을 철회하는 것과 행정청이 허가를 취소하는 것은 다르다. 최초 허가 신청을 거부할 때와 이미 허가받은 사업의 착공을 막을 때 적용되는 법적 판단도 같지 않다.

용인 언남동, 주거지역 입지와 개발행위허가가 쟁점

용인 언남동 데이터센터는 지자체의 최초 건축허가 불허가 법원에서 유지된 사례다. 용인시는 2025년 11월 1일 사업자인 기흥피에프브이가 제기한 건축허가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승소했다고 밝혔다. 수원지방법원은 사업자의 청구를 기각했다.

기흥피에프브이는 2024년 4월 25일 언남동 일원 1,573㎡ 부지에 지하 4층·지상 4층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짓겠다며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부지에는 농지 178㎡가 포함돼 개발행위허가와 농지전용허가도 함께 신청했다.

용인시는 같은 해 8월 13일 허가를 거부했다. 저층 주택 중심의 제1종 일반주거지역이라는 입지 특성과 주변 건축물과의 높이·경관상 조화 등을 이유로 들었다. 사업자는 법정 요건을 갖췄는데도 전자파·소음·교통·민원 등을 들어 불허한 것은 재량권 남용이라고 맞섰다.

법원은 농지가 포함된 부지의 건축허가에 개발행위허가의 성격도 있다는 점을 판단 근거로 삼았다. 용인시 발표에 따르면 재판부는 주변 여건을 고려한 시의 처분이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 판결은 허가 신청 단계의 불허 처분을 인정한 1심 판단이다. 이미 발급된 건축허가를 취소한 사건은 아니라는 점에서 도화동·북항과 차이가 있다.

용인 공세동·안양 호계동, 주민 반대 속 사업자가 철회

네이버의 용인 공세동 데이터센터는 사업자가 계획을 접은 경우다. 네이버는 2019년 6월 13일 용인시에 사업 추진 중단 공문을 보내고 회사 사정을 이유로 들었다.

당시 인근 아파트 주민과 초등학교 학부모들은 전력 공급시설의 전자파와 비상발전시설·냉각설비의 영향 등을 우려하며 반대했다. 용인시도 주민들이 제기한 유해성 의혹과 관련해 신청서류 보완을 요구한 상태였다. 이러한 갈등 속에 사업이 중단됐지만, 행정청이 건축허가를 취소한 것은 아니었다.

안양 호계동 효성 데이터센터 역시 사업자의 철회로 중단됐다. 효성 측 관계사는 2021년 6월 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한 지구단위계획 입안을 제안했으나, 인근 주민들은 소음과 전자파를 우려하며 반대운동을 벌였다.

안양시는 2023년 10월 30일 시행사가 같은 해 9월 24일 사업부지 매각을 이유로 철회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당시 시 관계자는 주민 반대 등을 고려해 사업자가 부지를 매각하고 계획을 접은 것으로 설명했다.

두 사례는 주민 반발이 사업자의 판단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회사가 밝힌 중단 사유는 각각 회사 사정과 부지 매각으로, 지자체의 강제적인 허가 취소와는 구분된다.

고양·김포, 착공신고 반려에 제동 건 행정심판

고양 덕이동과 김포 구래동에서는 지자체가 착공신고를 반려했지만 사업자의 불복으로 처분이 뒤집혔다.

고양 덕이동 데이터센터 사업자는 2023년 3월 건축허가를 받은 뒤 2024년 6월 12일 착공신고서를 제출했다. 고양시는 전자파·소음·열 발생에 대한 대책과 지역 상생 방안 등을 보완하도록 요구했다.

사업자는 전자파 시뮬레이션, 소음 저감 설계, 냉동기 운영 방식과 주민 고용계획 등을 냈다. 그러나 시는 보완이 미흡하다고 판단해 같은 해 8월 말 신고를 반려했다.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는 그해 10월 사업자의 청구를 인용했다. 당시 구체적인 인용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취소된 처분은 건축허가가 아니라 착공신고 반려였다.

김포 구래동에서도 사업자가 2024년 5월 제출한 착공신고를 시가 같은 해 7월 반려했다. 주민공청회 개최 요청이 이행되지 않았다는 점 등이 이유로 제시됐다.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는 10월 21일 사업자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공청회 개최 요청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은 착공신고 반려 사유가 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김포시는 이에 따라 11월 착공신고를 수리했다.

두 사건은 건축허가가 유효한 상태에서 후속 절차를 제한하려면 그에 맞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김포에서는 주민 의견 수렴을 요구하는 행정적 필요만으로 착공신고 반려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허가 취소·철회 가능하지만 법적 요건 갖춰야

이미 건축허가를 받았더라도 법률이 정한 사유가 있으면 취소나 공사중지가 가능하다. 다만 주민 반대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행정청이 허가를 거둘 수는 없다.

건축법 제11조 제7항은 허가일부터 원칙적으로 2년 이내에 공사에 착수하지 않으면 허가권자가 허가를 취소하도록 규정한다.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면 착수기간을 1년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다. 기한 내 공사를 시작했더라도 완료가 불가능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도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신설·증설 또는 업종변경 승인을 받은 공장에는 3년 기준이 적용된다. 데이터센터가 산업단지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 예외를 적용받는 것은 아니다.

착공신고와 실제 공사 착수도 구별된다. 수원지법은 2011년 건축허가 취소 사건에서 측량·계약·기존 건축물 철거·착공신고 등 준비행위만으로는 부족하며, 신축을 위한 굴착 등 실질적인 공사 실행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해당 사건에서는 터파기와 콘크리트 타설 등 현장 작업을 종합해 착수를 인정했다.

허가 자체에 위법하거나 부당한 사유가 있다면 행정기본법 제18조에 따른 취소가 가능하다. 이때는 원칙적으로 사업자가 입을 불이익과 취소로 달성할 공익을 비교해야 한다.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를 받았거나 처분의 위법성을 알고 있었던 경우 등에는 예외가 인정된다.

적법한 허가를 장래를 향해 거두는 ‘철회’는 행정기본법 제19조에 규정돼 있다. 법률상 철회 사유가 발생하거나 법령·사정 변경으로 처분을 유지할 필요가 없어졌을 때, 또는 중대한 공익을 위해 필요할 때 가능하다. 이 경우에도 사업자의 불이익과 공익을 비교·형량해야 한다.

공사중지는 건축법 제79조 등에 근거한다. 이 조항은 건축법이나 이에 따른 명령·처분을 위반한 대지 또는 건축물에 대해 허가 취소, 공사중지, 시정명령 등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민원이나 안전 우려가 제기됐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적용되는 규정은 아니다.

도화동·북항, 허가 이후 절차와 조건 이행이 관건

도화동 데이터센터는 2023년 4월 건축허가를 받은 뒤 2026년 4월 착공신고가 수리됐다. 약 3년의 간격이 있지만, 기간만으로 허가 취소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 착수기간 연장 여부와 실제 공사 진행 상황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

주민들이 문제 삼는 전력선로 굴착과 진입로 점용은 건축허가와 별개의 절차다. 관련 허가에 문제가 생기면 사업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건축허가 전체가 자동으로 취소되는 것은 아니다.

북항 데이터센터는 2023년 8월 8일 건축허가를 받았다. 착공신고도 처리됐으며, 2026년 10월 30일 기준 시공자 변경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엔지니어링이 발표한 착공 목표는 2026년 11월이다.

북항 상인과 지역 정치권은 인허가 경위와 화재·소음·전자파 대책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 제기 자체가 허가의 위법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취소나 공사중지에는 인허가 과정의 하자 또는 법령·처분 위반 등 구체적인 근거가 필요하다.

도화동과 북항은 모두 최초 허가 심사를 지난 사업이다. 향후 취소·철회 여부를 가르는 것은 허가와 후속 처분의 적법성, 착수기한과 허가조건 준수 여부, 사업자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허가를 거둘 만큼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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