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원자력 장관회의 인천서 개막…한국, SMR·글로벌 공급망 전략 제시

종합브리핑 | 김은정  기자 |입력

60개국 정부·8개 국제기구·기업 관계자 등 800여 명 송도 집결 안전·투명성 기반 신뢰, SMR 개발·실증, 세계 원자력 생산거점 육성 제시 AI 전력 수요·해양 원자력부터 인재·금융·사회적 수용성까지 사흘간 논의

IAEA 원자력 장관회의
IAEA 원자력 장관회의

세계 원자력 정책과 국제 협력의 방향을 논의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원자력 장관회의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정부는 소형모듈원자로(SMR)의 안전한 개발·실증과 원자력 산업 공급망 확대를 핵심 과제로 내세우며, 국내 기술·제조·시공 역량을 세계 시장의 수요와 연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IAEA 원자력 장관회의’는 27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개막해 29일까지 사흘간 진행된다. 회의 의장은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이 맡았다. 행사에는 IAEA 회원국 장관급 대표를 비롯해 60개국 정부와 8개 국제기구, 국내외 약 85개 기업 등에서 800여 명이 참석했다.

원자력 장관회의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 향후 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고위급 국제회의로 통상 약 4년 주기로 열린다. 2005년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된 뒤 중국과 러시아, 아랍에미리트(UAE), 미국 등을 거쳐 올해 여섯 번째 회의가 한국에서 개최됐다.

한국 정책 3대 축…안전·SMR·글로벌 생산 기반

배 부총리는 개회사와 기조발언에서 기후변화 대응, 인공지능(AI) 산업 확장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 지정학적 긴장 속 에너지 안보를 주요 배경으로 들며 원자력이 안정적인 저탄소 전력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원자력의 활용 확대는 안전과 신뢰를 전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제시한 핵심 정책 방향은 세 가지다. 첫째, 안전과 투명성에 기반해 국민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강화한다. 둘째, SMR을 안전하게 개발하고 실증한다. 셋째, 국내 제조·시공 역량을 세계 원자력 산업의 공급망과 연결해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 도약한다.

안전 분야에서는 독립적인 규제체계를 존중하면서 과학적 심사와 점검을 강화하고, IAEA의 국제 검토 권고 등을 반영해 안전 수준을 높인다는 방향이 제시됐다. 원전 운영과 안전 관련 정보 공개, 투명한 소통도 신뢰 확보의 과제로 언급됐다. 배 부총리는 새로운 원자로와 기술이 등장하더라도 원자력 안전·핵안보·핵비확산 원칙은 지켜져야 하며, 기술 혁신과 신뢰가 함께 커져야 한다는 취지로 강조했다.

AI 데이터센터·산업용 열·선박 추진까지 SMR 활용 검토

SMR 정책은 기술개발에 그치지 않고 실증과 인허가, 규제 검증, 자금조달, 전문인력 양성, 공급망 구축을 함께 추진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는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공급을 비롯해 산업용 열과 선박 추진 등 다양한 활용 수요에 대응할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안전성이 충분히 확인된 기술의 상용화를 뒷받침할 법·제도 정비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SMR 특별법과 ‘7대 SEED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민관 역량을 모아 개발·실증을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제시됐다. 다만 기술의 상용화와 사업 확산에는 안전성 검증과 규제 절차, 자금 및 인력 확보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이 이번 정책 설명에서 강조됐다.

글로벌 생산 거점 전략은 국내의 제조·시공 능력과 해외 신규 원전 도입 수요를 연결하는 데 중점을 둔다. 정부는 엄격한 품질관리와 안정적인 공급을 바탕으로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인공지능과 로봇을 현장 안전·품질관리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원전 건설뿐 아니라 운영, 해체, 폐기물 관리, 차세대 핵연료까지 원자력 전 주기에 걸친 협력 확대도 추진 방향에 포함됐다.

IAEA 원자력 장관회의
IAEA 원자력 장관회의

그로시 사무총장 영상 메시지…공급망과 준비 역량 강조

당초 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할 예정이었던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브리핑 참석 요청으로 일정을 취소하고 영상으로 메시지를 전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원자력 발전 용량이 향후 수십 년 동안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하며, 실제 확대를 위해서는 각국의 철저한 준비와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과 UAE의 바라카 원전을 국제협력 사례로 언급하며 역량 있는 발주처와 공급업체, 효과적인 규제, 훈련된 인력, 지속적인 협력 관계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부 차원의 정책 지지를 넘어 금융기관과 실제 전력 수요자의 참여가 필요하며, 도입 선언이 실제 건설과 전력 공급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정책 논의를 실행으로…인력·재원·사회적 신뢰 의제

회의 기간에는 신규 원전 도입과 에너지 안보, 규제 체계, SMR 개발 등 원자력의 안전한 확대를 위한 정책 과제가 논의된다. 고위급 패널 세션은 원전 도입과 규제, 차세대 원자로 등을 중심으로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을 뒷받침할 정책·전략을 다루고, 전문가 세션은 정책을 실제 사업으로 연결하기 위한 전문인력 양성, 자금 조달, 사회적 신뢰 형성 방안을 살펴본다.

한국이 주도하는 ‘원자력의 새로운 시대’ 세션에서는 AI를 활용해 원자력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과 SMR 및 해양 원자력 활용 확대를 위한 협력 가능성이 주요 주제로 다뤄진다. 각국이 원자력 기술을 다양한 산업과 에너지 수요에 어떻게 적용할지, 이를 안전하게 뒷받침할 제도와 인력 기반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논의의 핵심이다.

한미 산업대화도 개최…기업 간 사업 협력 모색

국제회의에 앞서 과기정통부는 26일 주한미국대사관과 ‘한-미 원자력 산업대화’를 개최했다. 양국 정부와 50개 기업·기관 관계자 약 150명이 참석해 미국 원자력 시장의 수요와 한국의 제조·시공·공급망 역량을 연결할 협력 기회를 논의했다.

미국 측에서는 테라파워, 뉴스케일파워, 오클로, 카이로스파워, 센트러스에너지 등이 참여했고, 한국 측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 두산에너빌리티, 현대건설, 삼성물산, SK이노베이션, 삼성중공업 등이 참석했다. 양측은 시장 수요와 정책 동향, 기존 협력 사례를 바탕으로 설계·건설·제조·투자·핵연료 분야의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 기간에는 K-원자력 특별홍보관과 고위급·산업계 교류를 통해 국내 기술과 산업 역량을 소개하고 후속 협력 과제도 발굴할 예정이다.

배 부총리는 국내 제조·시공 역량을 세계 원자력 수요와 연결해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 도약하고, 안전과 신뢰를 지키는 원자력 분야의 국제 협력 파트너로 성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회의의 논의가 정책 선언에 머무르지 않고 기술 검증, 인력·재원 확보, 공급망 협력 등 구체적인 실행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향후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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