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진의 보이는 것 너머] 행주서원과 한옥성당...짧아도 너무 짧은 가을

기획·특집 | 조수진  기자 |입력

헌종의 명으로 세워진 행주서원, 권율의 충절과 공적을 기리다 100년 넘은 역사를 간직한 행주성당, 한옥의 멋과 경건함 서까래에 스민 세월과 짧아진 가을, 하루하루가 귀하게 느껴지는 계절

[조수진의 보이는 것 너머] 행주서원과 한옥성당...짧아도 너무 짧은 가을
[조수진의 보이는 것 너머] 행주서원과 한옥성당...짧아도 너무 짧은 가을

행주산성에 오르기 전, 행주서원(幸州書院)과 행주성당을 언저 찾았다.

행주서원은 장군 권율(權慄, 1537∼1599)의 충절과 공적을 기리기 위해 헌종 8년(1842), 왕명으로 세운 곳이다. 헌종은 서삼릉으로 능행할 때마다 행주대첩을 떠올렸고, 나라를 지켜낸 권율을 기리는 곳이 없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왕명으로 건립된 이곳은 기공사(紀功祠)라 불렸으며, 제향을 지내는 한편 원생을 모집해 서원의 역할도 했다.

[조수진의 보이는 것 너머] 행주서원과 한옥성당...짧아도 너무 짧은 가을

행주성당(幸州聖堂)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행주성당은 명동성당과 약현성당에 이어 서울·경기 북부권에 세워진,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오래된 한옥 성당이다. 1899년 서울 약현성당의 공소로 출발해 1909년 본당으로 승격했다. 당시 고양과 파주를 비롯해 김포, 양주 등 경기 북부 지역까지 관할했다.

무엇보다 한옥 형태의 성당이라는 점이 특별하다.

1910년 다섯 칸 규모의 한옥으로 지어졌으며, 을축년 대홍수 이후인 1928년 지금의 자리로 옮겨 다시 지었다. 이때 기존 자재를 재활용해 원래의 모습을 되살렸다고 한다. 한 세기가 훌쩍 넘는 세월에도 1910년 처음 세워졌을 당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셈이다.

[조수진의 보이는 것 너머] 행주서원과 한옥성당...짧아도 너무 짧은 가을
[조수진의 보이는 것 너머] 행주서원과 한옥성당...짧아도 너무 짧은 가을

한옥 성당답게 신발을 벗고 실내 마루를 밟는다. 싱그러운 목재의 향기가 코끝을 간질인다. 나도 모르게 숨을 깊이 들이마신다. 아담한 내부와 고풍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경건한 기운이 전해진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본 천장에는 100년의 세월을 견뎌온 서까래가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랜 시간이 나무의 결마다 스며든 듯하다.

답사의 최적기는 가을인데, 가을은 이제 막 찾아오는가 싶더니 벌써 떠날 채비를 한다. 짧아도 너무 짧다보니, 하루하루가 더욱 귀하게 느껴진다. 하루하루가 아까운 요즘이다.

조수진 전 국회의원
조수진 전 국회의원

글 : 조수진 전 국회의원
- 제21대 국회의원(전 양천갑 당협위원장)
- 국민의힘 수석최고위원, 최고위원
- 제21대 국회 법제사법, 국회운영위원
-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논설위원
- 채널A '직언직설'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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